나의 미국유학 일기 -하버드 대학교-
안성은 (하버드대 교환교수 역임, 하버드유학원 원장)
하버드대학교는 보스톤에서 서쪽으로 5km 떨어진 Cambridge 라는 인구 10만의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 지성의 중심도시라는 케임브리지는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온 청교도들이 북미대륙에 일찍 정착한곳으로 영국의 명문대인 케임브리지대학의 이름을 따서 그 도시를 명명하였다. 세계적인 공대인 MIT도 마찬가지로 케임브리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쪽으로 2.5km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는 전통적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분야가 중심이고, MIT는 공학중심으로 경영학, 경제학등도 유명학과이다. 두 대학은 중점학문분야를 상호 보완적으로 잘 협력하고 있는데, 일례로, 하버드 경제학과와 MIT 경제학과는 매주 장소를 번갈아 가며 경제학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필자는 1998년 2월에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교환교수로 초청받아 케임브리지에 도착하였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영혼을 팔아서라도 공부하고 싶었던 하버드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디어 가진 것이다. 미국유학 8년동안 위스콘신대학, 플로리다대학, 텍사스A&M, 플로리다 FIU등 여러 학교들을 옮겨 다니며 공부했는데, 막상 캐임브리지에 도착하니 집세가 살인적이었다. 그시절 환율이 높기도 했지만 하버드대 법대도서관 맞은편에 구한 거실을 같이 쓰는 조그마한 방의 월세로 당시 돈으로도 무려 매월 165만원을 지불하였다. 유학가기 전부터 꿈에도 염원하던 대학이라서, 비싼 월세에 허름하고 오래된 숙소였지만, 마치 음악을 위해 비엔나의 조그만 방에 둥지를 튼 악성 베토벤을 연상하듯이, 나의 숙소의 조그마한 방에 손가방을 내려놓았을 때, 학문의 심장인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한다는 자부심과 결연한 학구열로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당시 하버드대학이 주는 감흥과 희열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보스톤 로간공항에서 택시기사가 하버드대학 인근에 나를 내려 준곳은 하버드대학을 관통하는 찰스강 인근이었는데 강건너 MIT를 상징하는 돔양식의 건물도 보여, 그렇게 감흥속에 하버드에서의 첫 하루는 시작되었다. 하버드대학은 그런 결연한 지적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곳이다.
세계 최고라는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하버드대학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수재들인 학부학생 6,000여명과 대학원생 13,000여명 정도가 공부하고 있다. 그러면, 어떤 자격을 갖춘, 어떤 치열한 경쟁을 뚫은 사람들이 하버드맨이 될 수 있을까? 하버드대학에 학부생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비리그대학들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인구 5,000만명 정도의 한국에서 서울대가 3,300여명을 선발하지만, 인구 3억3000만명의 미국인과 전세계에서 지원하는 수재들 40,000여명이 불과 입학정원 1,600여명의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경쟁률이 거의 16:1 이다. 경제학과 대학원의 경우 해마다 전세계에서 30명을 선발하는데 지원자가 900명으로 30:1 이다. 필자가 얻은 기회인 Visiting Scholar 라는 교환교수에도 불과 25명에게 주어지는 기회에 전 세계에서 매년 2,000명의 학자들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당시에 80:1 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여 하버드대학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대학의 지위를 유지하고, 매년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는가? 흔히 미국대학 TOP3 는 잘 알려진 Harvard, Princeton, Yale 이며, 이 세학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정도로 모두 세계최고수준이다. 우선 하버드 대학교의 재단의 기금은 무려 150억 달러 (한화로 16조) 에 달한다. 2위인 예일대학교의 기금 70억인 것에 비하여도 격차가 크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1년에 5만달러정도 학비로 내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받는 혜택은 15만달러정도로 이 모든 교육혜택이 재단기금이 있기에 가능하다.
엄청난 재단기금뿐만아니라 전세계의 글로벌기업들의 후원도 막대하다. 필자는 당시 새로 레노베이션한 하버드대 법대도서관에서 주로 연구했는데, 법대도서관을 인터넷기반으로 레노베이션하는데 필요한 비용 430억원이 대부분 기업의 후원금으로 충당되었다. 도서관 입구에 Toyota를 비롯한 후원자의 명단이 적인 명판이 붙었고, 비교적 새건물인 과학관도 세계적 사진필름회사인 폴라로이드 사진기의 모양으로 지었다, 하버드대학교의 도서관의 장서는 총600만권으로 세계 최고이다.
당시 나는 하버드대학이 영원한 제국이라고 느꼈다. 하버드대학은 공부만 잘하는 사람들만 모인 집단이 아니다. 세계적 기업들을 후원자로 두고,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슈, 미스코리아 금나나, 대원외고 출신 세계 마술왕등, 학문, 문예, 자본 등 세계의 최고가 만들고 뒷받침하는 집합체이니 영원한 제국임이 틀림이 없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당시 하버드 경영학과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었는데, 나의 룸메이트와 친하여 우리집에도 가끔씩 오고, 이재용 부회장이 그해 5월에 결혼할 때 나의 룸메이트가 초청받아 서울에 다녀온 것도 기억이 난다. 달라이 라마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석학과 유력인사들이 매일같이 수없이 하버드대학에 강연하러 오는 것도 엄청난 지적성장의 기회인데, 나는 당시 유명인사들을 접할 기회가 너무 많아 한국의 외교부 장관인 한승주 장관이 온다는 안내문을 몇 번 접했지만 그 강연까지 들을 시간이 없어서 한 번도 강연을 듣지 못했다.
하버드대학에 왔으니, 예일대를 배경으로한 영화 《Love Story》에 나오는 Love Story를 만들어 볼까 해서, 메인 도서관인 와이드너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예쁜 영문학과 학생, 법대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아주 지적이고 예쁜 법대 대학원 여학생들에게 몇 번 말을 걸어봤지만 모두 공부에 너무 바빴다. 법대생의 경우, 당시에 3년간 공부하면 20만 달러의 학자금 빚을 지게 되는데, 한시라도 빨리 졸업하여 갚아야 하여서 연애할 시간이 없어보였다. 필자도 교환교수 시절 6시간 거리에 있는 캐나다의 아름다운 퀴벡지역에도 못가봤고, 보스톤 시내의 뉴베리스트리트에도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전날 선물사기위해 처음으로 가보았다. 그럼 악성 베토벤은 하버드 캠퍼스의 어디에 있을까? 하버드대학의 음악당인 샌더스홀이 있는데, 홀의 삼면에 바흐, 하이든 으로 시작해서 현대 음악가인 림스키 코르샤코프까지 대략 20명의 음악가의 이름을 둘러가며 나열해 놓았다. 베토벤은 왼쪽에 모차르트, 오른쪽에 슈베르트를 두고 샌더스홀 정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하버드대학의 입시정책은 2016년 1월 《Turning the Tide》 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크게 변했다. 공부 위주의 학생선발보다 공공선을 추구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혁신적인 지성으로 봉사하는 지도자적인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한다. 그리고 학비는 입학자격만 되면 집안 사정에 따라 전액 장학금을 제공한다. 나는 많은 한국 학생들이 내가 하버드대학에 도착한 첫날 숙소에 가방을 놓았던 감흥과 열정을 갖고 하버드에서 훌륭한 세계적인 지도자로 성장하길 소망한다